김봉진 "슬램덩크 채치수는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돼야 했죠" [긱스]

입력 2022-06-09 10:31   수정 2022-06-09 11:0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Geeks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 겸 의장은 스스로 ‘과시적 독서가’라고 말합니다. 그는 원래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을 통해 ‘남들에게 읽은 책을 자랑하면서’ 독서광이 됐죠. 우아한형제들의 경영 철학도 모두 그가 읽은 책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와 같은 책은 김 의장의 경영 바이블입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독서 경영’을 한경 긱스(Geeks)가 날것 그대로 전달합니다.


"요즘 뭐 좀 읽고 계신 책 있으세요.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든지?"

기자의 질문에 김봉진 의장이 반가운 듯 말을 꺼냈다. "진짜 재밌게 읽은 책이 있어요.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라는 소설인데 이탈리아 신예 작가가 쓴 책이에요. 약간 《어린 왕자》 느낌도 나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책 내용을 소개했다. "테오라는 여덟 살짜리 아이가 있는데 엄마, 아빠가 맨날 싸우는 모습을 봐요.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선물해준 책이 있는데 그게 '나폴레옹'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을 보면서 깜짝 놀라요. 단 한 번도 전쟁에서 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나폴레옹을 소개해요."

<i>(사실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 등에서 패하기도 했다.)</i>

"그래서 테오는 '어떻게 전쟁에서 한 번도 지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이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상상을 하고, 그러다 죽은 사람이니까 자신도 죽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구글에 '자살'을 검색해요. 그러면서 이야기가 시작해요. 여덟 살짜리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테오는 부모님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한 방법을 나폴레옹은 알려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책 마지막 부분에 모든 전쟁에서 지지 않는 비법이 나와요. 그리고 8살짜리 아이가 바라본 여러 가지 철학적인 질문들이 나오죠. 그러니까 천국에는 누가 가고, 지옥에는 누가 가는지에 대해 고찰도 하죠. 지옥에는 거짓말하고 뉘우치지 않은 사람이 가요. 천국에는 거짓말을 했더라도 뉘우친 사람 간대요. 그러니까 여덟 살짜리 아이 눈으로 바라본 이런 삶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너무 재밌어요."

이 책《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에는 수학을 좋아하는 시엔이란 이름의 중국 아이도 나온다.

"시엔, 그 친구는 수학을 너무 좋아해요. 모든 사람들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죠. 만약에 기자님이 숫자 153이라고 한다면 기자님이 죽으면 -153이 되는 식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플러스 숫자는 느끼지만 마이너스 숫자는 못 보잖아요. <i>(사과 2개가 있다고 하면 알지만, 사과 -2개가 있다고 하면 느낄 수 없듯이)</i> 또 공기, 바람 같은 건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게 어떻게 존재하는지 믿느냐, 또 우리가 눈에 보인다고 다 믿는 건 아니다, 뭐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요. 《좀머 씨 이야기》처럼 짧은 책인데 최근에 읽었던 것 중에 가장 재미있었어요."

그렇다면 세상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마지막을 말씀드리면 세상에서 지지 않는 방법은 나 스스로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래요. 그게 이기는 방법이고요. 테오는 마지막에 나폴레옹을 만나요. 나머진 책을 읽어보세요."


김 의장은 또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마야 보발레의 《인센티브와 무임승차》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 책을 열심히 읽는지 궁금했다. 김 의장만의 훈련법이 있을까.

"책 읽는 것을 억지로 훈련했거든요. 습관으로 만드는 데 되게 힘들었어요. 처음에 1년 넘게 훈련했던 것 같아요. 습관이 되니까 가능하더라고요. 1년은 되게 힘들었어요. 그때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강제적으로 '일주일에는 한 권은 반드시 읽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바쁠 때는 저녁에 짧은 만화책이라도 읽어서 어떻게든 채웠어요."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은 짧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라도 읽어 보라는 게 김 의장의 조언이다.

"그 있잖아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 그런 책이라도 읽었어요. 매일 5분이라도 읽고…. 그리고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책'을 모조리 샀어요. 그냥 책 읽는 거 자체를 공부하면서 훈련했어요. 저도 계속 미술하고 디자인했기 때문에 책과는 좀 멀었거든요."

김 의장은 디자이너 출신이다. 자신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한다.


"책을 읽으면서 3~4년 정도 지나면 뭔가 좀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처음에 1~2년은 삶에 크게 적용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3~4년이 되면서는 진짜 생각하는 게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달라져요.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고 그러는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희 회사도 책 많이 보게 권장하죠. 다들 책 진짜 많이 봐요."

화제를 돌려 사업을 하다가 위기감을 느낀 적은 없었느냐고 질문해 봤다.

"위기감은 늘 있죠. 없다는 게 더 이상하고요. 저희 회사에도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밖에 적이 없고 안에 우환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라고 맹자가 얘기했더라고요. 아, 그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내려 노력하죠."
"논어, 한비자, 국가, 군주론은 반복해 읽죠"
김 의장은 반복적으로 계속 읽는 책들이 몇 권 있다고 소개했다.

"《논어》, 《한비자》, 플라톤 《국가》, 마키아벨리 《군주론》. 이 책들은 서점에 나오는 대로 사요. 열몇 권씩 있어요. 군주론도 계속 나오잖아요. 경영도 경영이지만 그냥 사는 것에 도움이 많이 돼요. 그러니까 《논어》만 읽고 있으면 너무 군자가 되는 거 같고, 그럴 때 또 《군주론》을 읽으면 현실적으로 되고, 《국가》를 보면 '맞아 정의란 이런 것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죠. 새로운 번역서가 나올 때마다 사요. 계속 사서 계속 읽다 보면 같은 얘기를 그때 했을 때는 이 얘기가 아니었는데 '아, 이렇게도 해석되는구나' 싶어요."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 같은 것은 한번 알아두면 다른 책에서도 반복해 나오곤 한다. 이렇게 책과 책이 연결되고, 책 한 권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사실 《국가》는 서양 철학의 완전 근본이죠. 서로 국가를 반대하거나 옹호하는 이론을 펼치면서 철학이 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얘기가 빠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국가》에 보면 반지 얘기가 나오잖아요. '기게스의 반지'. 사람이 가장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게 언제일 거 같으세요? 그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예요."

J. R. 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도 기게스의 반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국가》 2권에 보면 목동이 나오는데 반지를 끼면 투명 인간이 돼요. 그래서 왕을 죽이고 왕비랑 결혼해요. 그 이야기가 《반지의 제왕》과 연결돼요. 그래서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게 그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그 사람은 진짜 막 살 수 있는 거예요.(웃음) 옷도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예의도 지키려고 하고 그러지만 여기서부터 자유로워지면 정말로 절대적인 자유가 돼요."

김 의장은 만화책도 많이 본다고 했다.

"(한 포스터를 가리키며) 저건 슬램덩크예요. 슬램덩크에서 채치수가 거의 결승까지 올랐을 때 상대편하고 얘기를 나누던 거예요. 채치수가 이제 거의 결승까지 올랐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어서 자기가 더 드러나게 플레이를 많이 해요. 그때 누가 얘기해요."

한때의 라이벌이었지만 은퇴하고 요리사의 길을 걷는 변덕규가 갑자기 무를 깎으며 등장하는 장면이다.

"채치수! 그렇게 기술적으로 하는 건 도미다. 너는 원래 가자미다. 팀에서 너의 역할이라는 게 있다면서 진흙투성이가 되라는 말을 해요."


<i>(정확한 워딩은 이것이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신현철은 도미</i>…<i>. 네게 화려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채치수!!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i>…<i>.")</i>

"기본적으로 팀워크에 대한 이야기죠. 자기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걸 저희 사업개발실장님이 새로 오시면서 자기 책상에다 붙여놨더라고요.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이 얘기를 해줬어요. 그래서 저걸 좀 크게 그려서 붙여놓자. 그래서 이렇게 붙여 놓은 거죠."
"사소한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김 의장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훈련을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네이버 오픈캐스트(웹진 서비스)에 매일매일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주는 영상이나 웹사이트를 8개씩 올린 것도 이 같은 훈련의 하나였다. 당시 동료들이 '이걸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오기가 생긴 그는 '석 달만 하자'는 각오로 꾸준히 했다고 한다.

돌발상황도 발생했지만 김 의장은 포기하지 않았고, 755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오픈캐스트를 발간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심리적 보상과 자신감은 무엇보다 큰 상이었다고 한다. 그는 '탁상 달력을 하루 한 칸씩, 석 달만 지워보라'고 조언했다.


"제가 깨달았던 것 중 하나는 정말 무의미하고 사소한 것을 아무런 보상 없이 꾸준하게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진다면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냥 달력을 매일 밤에 하루에 하나씩 빗금 쳐가며 지우는 거예요. 이건 너무 사소해서 잊어버릴 수 있잖아요. 제가 이걸 100일 동안 그러니까 석 달 넘게 정확하게 다 지웠어요. 이거는 본인만 알아요. 그러니까 혼자 10개 다 지운 다음에 '다 했다'고 하면 안 되죠. 그냥 자신과의 약속이죠. 굉장히 사소하고 보상도 없고 정말 '짜친' 거죠. 그걸 하면 엄청난 게 생겨요."

출장을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봤다.

"물론 3개월 하면 돌발상황이 생겨요. 애가 아파서 응급실 갈 수도 있고, 친구랑 술 마실 수도 있고, 출장 갈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까 그런 모든 상황을 대처해야 하죠. 출장 간다고 하면 달력을 갖고 가야 해요. 술을 먹더라도 집에 달력이 있다면 12시 전에 들어와서 딱 체크해야 하는 거죠. 진짜 그 사소한 것 때문에 술자리를 버리고 와야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갈수록 의무감이 커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어려워지는데 이게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무게감이 생겨요. 보상을 누군가 해준다면 모르겠는데 그건 정말 나만의 보상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또 훈련이 돼요. 사회생활을 하면 누군가의 보상이라든가 인센티브에 의해서 움직이잖아요. 남이 만들어 놓고 남이 설계해 놓은 동기부여 체계 안에 본인이 들어가 거기서 움직이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자기 스스로한테 동기부여를 해주는 훈련이에요."
"무엇이든 실행해야 성과가 난다"
김 의장은 실행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는 계속 창의력에 관련된 일을 하고, 거의 강박관념에 시달릴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계속 디자인을 했고, 사회 나와서도 계속 그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걸 하면서 알게 된 거는요. 창의력이라는 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걸 만들었기 때문에 되는 건데 만들려면 실행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잖아요."

실행력이라는 것은 결국 엄청난 끈기와 헌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완성하기 위해 천장에 매달려 4년 가까이 그걸 그려냈어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재능만으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말 위대하다고 그때야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역시 실행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다.

"스티브 잡스가 생각이 뛰어났다고 그러지만 솔직히 실제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아무 의미 없는 거죠. 만들 수 있는 실행력을 가졌고, 이 실행력은 계속 실패하면서 쌓았던 거죠. 어떻게든 쉬지 않고 계속 쌓았던 거죠. 회사에서 쫓겨나도 넥스트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또 깨지고 또 깨지고 하면서…. 스티브 잡스를 얘기할 때 이 사람이 어떻게 잘 됐는지를 보지만 잘된 사람들이 실패한 것들을 뒤져보는 게 저는 재밌는 것 같아요. '아, 이 사람도 첫 시작은 별거 없었구나' 그런 거죠. 어떤 위대한 사람도 나보다 초라한 시절이 있었고, 세상은 그런 거 같습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참, 한가지 더

김봉진 의장의 추천 도서 31(무순)

《논어의 말》 - 나가오 다케시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로렌차 젠틸레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메논》 - 플라톤
《역사란 무엇인가》 - E.H. 카
《바른 마음》 - 조너선 하이트
《21세기 자본 》 - 토마 피케티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회복탄력성》 - 김주환
《유한계급론》 - 소스타인 베블런
《승려와 수수께끼》 - 랜디 코미사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행복의 기원 》 - 서은국
《군주론》 - 마키아벨리
《인간의 품격》 - 데이비드 브룩스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권리를 위한 투쟁》 - 루돌프 폰 예링
《대한민국헌법》- 대한민국(더휴먼)
《부자의 그릇》 - 이즈미 마사토
《프레임》 - 최인철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기업의 시대》 - 중국 CCTV 다큐멘터리 제작팀
《매니지먼트》 - 피터 드러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짐 콜린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 제프 콕스, 하워드 스티븐스
《인간을 위한 디자인》 - 빅터 파파넥
《지적 자본론》 - 마스다 무네아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정의론》 - 존 롤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존 러스킨

(김 의장이 쓴 《책 잘 읽는 방법》에 나온 것들을 발췌해 정리한 것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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